스티커 부착도 좋지만 반사율 높은 유리 시공을
"'진주시야생조류충돌저감조례', 강화돼야"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국내에서만 하루 약 2만 마리, 연간 약 800만 마리의 새들이 투명한 유리벽이나 도로변 방음벽에 부딪혀 부상을 입거나 죽는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시의 편리함이 만든 유리벽은 사람에게는 깨끗한 풍경을 주지만, 새들에게는 ‘죽음의 벽’이다. 진주에서도 이런 죽음을 줄이기 위한 시민들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진주시 은하수초등학교 인근 방음벽 앞. 진주시환경교육센터 회원,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방음벽 유리창을 닦고, 5×10cm 간격으로 설계된 작은 스티커를 붙였다.
이날 진행된 ‘야생조류 충돌 예방 저감스티커 부착 활동’ 경남도 민간단체 환경보전활동 지원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BS50(Bird Safe 5×1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부착된 스티커는 새들이 유리를 장애물로 인식하게 해 충돌을 막는 역할을 한다.
강미영 진주시환경교육센터장은 “작은 스티커 하나가 수많은 새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도시 생태계를 지키는 일상적 실천이야말로 시민이 주체가 되는 환경운동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조례’ 있지만, ‘의무’ 없어
진주시는 2021년 ‘야생조류 충돌 저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 따르면 건축물 설계 단계에서부터 조류 충돌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규정했으나 그러나 강제성이 없어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진주시 환경산림국 관계자는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시범사업과 시민교육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장의 변화는 미미하다.
실제 은하수초등학교 인근 방음벽처럼 조류 충돌이 잦은 구간에서도 조례 시행 이후 별다른 개선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립생태원 김영준 박사는 "조류 충돌은 단순한 야생동물과 환경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생태계 상위 포식자인 조류의 개체 수 감소는 곤충 번식, 식물종 다양성 등 전체 생태계 균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라고 강조한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류 충돌 사고의 60%는 건물 유리창, 30%는 도로 방음벽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진주에서도 도심 외곽의 학교, 아파트 단지, 혁신도시 주변 투명방음벽이 주요 위험지대로 꼽힌다.
은하수초등학교 인근 주민 박은정 씨는 “산책길에 방음벽 밑에 죽은 새를 자주 본다”며 “스티커 부착도 필요하지만, 신축 공공 건물에는 설계과정에서 반사율이 높은 유리를 사용하는 식의 제도적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S50 프로젝트’, 새들의 생명 구하기 캠페인
‘BS50 프로젝트’는 참여자들의 조류 충돌 흔적, 부착 위치, 시간 등을 기록해 데이터로 남긴다.
이 기록은 진주시환경교육센터가 추진하는 시민참여형 ‘조류충돌 관찰 데이터베이스’로 축적돼 향후 정책 근거로 쓰일 예정이다.
진주환경운동연합 정은아 사무국장은 “새들의 충돌은 도시가 생태의 감수성을 잃어버린 결과”라며 “행정이 시민들의 실천을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진주와 인근 지역에서 381마리의 야생조류가 충돌로 폐사했다”고 짚으며 “공공건축물 설계과정에서 생태적 특징을 고려해 설계할 것”을 강조했다.
